얼마 전 한국에 있는 친구와 나눈 내용입니다.
친구: 하아, 회사 뭐 같은데 그냥 다 때려치고 펍이나 차려볼까?ㅎㅎ
나: 백쌤만큼 열정적으로 잘 할 자신 없으면 그냥 일이나 열심히 하자 친구야. (그리고 트위터 본 아래 짤 투척)
친구: (...)

퇴직하신 분들이 다음 선택지로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게 바로 창업(자영업)입니다.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약 25%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이는 미국의 약 4배, 일본의 약 2.4배 수준입니다.
언론에서 발표하는 통계자료를 보면 창업 후 5년 이상 버티는 자영업자 비율은 30%도 채 안된다고 합니다. 사실상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죠.
사람들은 외식을 하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저도 이런 망상을 가끔 합니다만..)
'어? 뭐야 나도 이 정도는 만들 수 있는데. 한번 해볼까?'
'엄마!! 엄마 음식이 훨씬 맛있어. 엄마 식당 차리면 대박 날 듯?'
'와. 이거 맛있네. 우리 동네에 비슷한 식당 차려볼까?
음식? 중요합니다. 하지만 음식만 맛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의 입맛이 정말 제각각이기에 대중들이 선호하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적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위치, 서비스, 마케팅 등 부수적인 요인들도 사업의 성패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러한 사항들도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요식업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오랜 세월 살아남은 식당들을 보면 맛과 서비스가 변함 없이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밤낮 없이 발로 뛰고, 차별화된 서비스와 메뉴 개발을 위해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야 합니다. (장사하시는 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런데 경험이나 기술도 없고 열정과 체력도 부족한 (구) 회사원들이 이를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주 40시간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과 밤낮 그리고 주말 없이 매장에서 발로 뛰는 건 확연히 다른 일입니다. (이건 마치 메시보고 농구 하라는 것과 같은...)
뭐 직접 운영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전문 인력을 고용해서 운영해도 됩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울까요?
대학생때 용돈을 벌기 위해 잠시 일식당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사장님은 은퇴 후 미국으로 건너온 노부부였는데 초밥을 쥘 기술이 없다 보니 전문 셰프를 고용하여 식당을 운영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셰프들에게 끌려 다니셨는데 결국 직원들 좋은 일만 시키고 본인 인건비 정도만 겨우 건지셨습니다. (점심 메뉴로 스테이크가 안 나오면 태업하겠다고 떼쓰던 셰프들 기억이...ㅡㅡ)
사업을 하다 보면 여려 변수가 발생하는데 특히 직원 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핵심 인력이 퇴사하더라도 본인이 모든 걸 컨트롤할 줄 알아야 적절히 대응하고 새로운 인력을 교육시킬 텐데, 이와 같이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백 선생님처럼 음식과 업에 대한 열정과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면 섣불리 자영업을 시작하는 건 말리고 싶습니다.
경험이나 기술이 부족하다면 프랜차이즈라는 선택지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포화 상태이고 초기 투자비와 예상치 못한 비용(e.g. 광고비 전가, 인테리어 교체비용 등)등을 고려하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많은 소비를 하는 젊은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소비력이 떨어지는 노인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중입니다. 또한 밀키트 등 간편식이라는 강력한 대체자도 세를 확장하고 있어 앞날도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흥미로운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은퇴자들의 경우 재취업 등 다른 선택지가 많은데도 창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체면'이라고 합니다. (설문조사를 보면 약 60%가 자신의 사업체를 가지고 싶다는 이유로 창업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내가 그래도 OO기업 출신인데 어디 가서 알바하긴 쪽팔리고 차라리 닭을 튀기거나 김밥을 말더라도 사장님 소리 듣는 게 낫지'와 같은 나이브한 생각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건강과 재산 모두 잃어버리면 너무 허탈하지 않을까요? 퇴사하면 그냥 동네 아저씨일 뿐이고 자존심이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실패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고령의 은퇴자라면 사실상 재기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정말 자영업을 꿈꾼다면 최소 1~2년은 매장에 취업해서 일도 해보고, 마케팅, 물류, 세일즈 등 사업에 꼭 필요한 지식과 스킬을 완벽히 습득한 이후 천천히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풍부한 경험과 수많은 전문 인력을 보유한 백종원도 그간 론칭했다 실패한 브랜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저라면 체면이야 조금 떨어지더라도 급여를 낮춰 재취업이나 알바 등 소일거리를 찾고, 창업 자금을 안정적인 배당을 주는 우량 기업의 주식이나, 금융 상품에 투자해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 할 것 같습니다. 과거 통계치를 보면 5년 이내에 70%의 확률로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정 요식업이 하고 싶다면 글로벌 기업인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와 동업(투자)해서 이익을 공유(배당) 받는 게 조금 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매수 추천은 아니며,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니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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