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확산 후 미국 정부에서 예금 전액 보호라는 전례 없는 카드를 꺼내 들며 급한 불은 껐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듯합니다.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식 등 위험자산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부동산 쪽에서 계속 불안한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네요.
연준이 EU, 영국, 일본 등 5개국 중앙은행들에게 마통(달러스왑)의 만기를 기존 7일에서 하루 단위로 변경해 줬는데 이건 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고, 옐런은 부채한도가 꽉 차서 더는 예산을 늘릴 여력이 없음에도 예금을 전액 보호해 주겠다는 블러핑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어제 번복하긴 했지만...) 여간 급했거나, 뭔가 큰 게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하고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가장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는 게 부동산 섹터인데, 이건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확인도 어렵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 있습니다.
아래는 연도별 상업부동산 대출 만기 금액을 정리한 표인데 올해와 내년 만기 예정인 대출액 규모가 작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형 은행들은 타이트하게 위험관리를 해서인지 상업부동산 대출 비중이 낮은 반면, 중소형 은행들은 이에 대한 익스포저가 다소 높은 편입니다. (상업부동산 대출 관련해서는 오늘 월스트리트나우에서 김형석 기자님이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각기 대출구조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선순위 대출은 대형은행들이 가져가고, 나머지 중순위, 후순위 대출을 중소형 은행과 증권사들이 나누어 가져가는데 만약 리파이낸싱에 실패하거나 자산 매각에 실패해서 대출을 적시에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연달아 발생한다면 충격을 받아 쓰러지는 금융기관들이 여럿 나올 수 있습니다.
뭐 위는 아주 극단적인 사례이고, 대주단과 잘 협의해서 리파이낸싱을 하고 경기 침체가 끝날때까지 배당 줄이며 이 악물고 버텨내면 되겠지만, 문제는 기초 체력이 많이 떨어진 중소형 은행들이 대출을 예전처럼 쉽게 해 줄 가능성이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아래는 DS투자증권 리서치에서 작성한 자료인데 대출 심사가 엄격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동산의 경우 레버리지를 높게 가져가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만 인상되더라도 수익성이 크게 훼손됩니다.
가격을 프라이싱 할 때도 금리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리파이낸싱 협의에 실패해서 시장에 자산을 급하게 내놓거나 경매에 들러갈 경우 가격 디스카운트를 받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이 경우 자산의 담보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후순위권자들이 나눠 먹을 파이가 줄어들게 됩니다. 안 그래도 골골거리는 중소형 은행들이 카운터 펀치를 한방 더 맞으면 그냥 넉다운 될 수밖에 없고, 이런 골골거리는 환자들이 늘어나 병상이 부족해지면 연준도 별 수 없이 금리를 인하해야 합니다.
아래는 연준이 급히 피봇을 했을 때 S&P 500의 주가 수익률입니다. 예외 없이 시장은 크게 하락했습니다.

뭐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기도 하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 정부에서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서 살려주겠지만 그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울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해서 나쁠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유명한 달걀 모형 이론입니다. 지금은 F와 A 어디 중간쯤 위치하고 있으니 이론에 따르면 공격수들을 조금 줄이고 수비수를 늘려야 할 타이밍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관망하며 공부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상 리세션이 발생했을 때 레버리지 비중을 높다면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빚이 있다면 줄여야 하고 위험한 고레버리지 투자(e.g. 곱버스 등)는 지양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모두의 성공 투자를 기원합니다.
*참고로 본인은 전문가가 아님으로 그냥 잡설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매수매도추천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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