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클린식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서 최대한 클린한 메뉴를 꾸려가던 중, 매일같이 나의 짝꿍에게 '컬리플라워 라이스'만 먹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오늘은 약간의 맛집 스타일로 점심을 만들어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그렇게 냉장고를 스캔했다. 때마침 약간 시들기 직전인 샐러드용 시금치를 발견하였고, 한국에서 참 좋아하던 레스토랑 '테이스팅 룸'의 대표메뉴인 "시금치 플랫 브래드"가 떠올랐다.
우리는 요즘 정제탄수화물을 식사에서 최소화 하려고 노력 중이어서, 타코 만들 때 써야겠다며 사두었던 통밀 또띠아가 떠올랐다. 시금치와 또띠아? 이 조합은 무려 시금치 플랫 브래드의 저탄수 버전, 시금치 또띠아 피자를 해먹으라는 내 무의식의 속삭임으로 이번 레시피가 탄생하게 되었다.
시금치 플랫 브래드는 기존 우리가 아는 것 처럼 뜨거운 '토마토소스'가 없는, 어찌 보면 차가운 피자라고 할 수 있다. 얇은 이탈리아식 피자 도우 위에 고소한 마요네즈 소스와 듬뿍 올라간 시금치, 그리고 그 위에 작게 썰린 양파와 방울토마토, 약간의 베이컨으로 어울리는 컬러의 다양성을 추가해 주고,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파마산 치즈가루가 올라간다.
시금치 플랫브래드는 아직도 테이스팅 룸의 현재 버전인 멜팅샵 치즈룸에서도 팔고 있는 인기 메뉴이다. 10년전부터 정말이지 빈번하게 먹으러 다녔었다. 하지만 이제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외식 물가도 만만치 않고, 마침 건강도 챙기려면 말이다. 왜냐면, 생각보다 매우 간단한데 건강하고 맛있기까지 하니까.
재료 소개 (2인분 기준)
1) 소스
- 마요네즈 2T, 허브 가루 2꼬집(로즈마리, 바질 등 말린 것), 후추 3꼬집, 사과식초 0.5T, 카이옌 페퍼 2꼬집, 꿀 0.5T
2) 나머지 재료
- 또띠아 3장(지름 약 18cm, 손바닥 펼친 크기, 7인치) , 시금치 2~3줌, 파마산 치즈가루 2T, 방울토마토 5~6개, 얇은 소시지 3개, 양송이버섯 3개, 당근 약간
*이 중, 꼭 있어야 하는 재료에는 굵은 폰트로 표시했다.
**대체 가능한 재료는 요리 과정에서 다루고 있다.
시금치 또띠아 피자 만드는 법
전체적으로 필요한 재료의 사진은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우리는 미국(하와이)에서 구하는 재료이다 보니, 한국에서 대체할 만한 대체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시도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베이킹처럼 예민한 메뉴가 아니므로.
먼저, 클린식이라고 해놓고 소시지를 사용했음에 굉장히 반성한다. 하지만 시금치를 왕창, 그것도 맛있게 먹으려면 또 상하기 직전의 소시지를 사용하여 구제해 주는 것이 도리 아닌가?
물에 소세지를 데쳐 주는데, 물이 끓기도 전에 우선 넣고 끓으면 잘게 잘라서 안에 스며들어있는 강한 양념을 좀 빼준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금치와 토마토 등을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최대한 제거한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시금치의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다. 최대한 물기를 털고, 키친타월까지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없어도 괜찮지만 있어도 의외로 좋던 '당근'과 '양송이버섯'은 연어솥밥을 하기 위한 재료였으나, 너무 많이 썰어둬서 냉장고에서 하루 묵힌 재료여서 급히 썼음을 고백한다.
잘게 썰어서 데친 소세지는 건져내어 얇게 썰어둔 당근, 양송이와 함께 가볍게 볶아준다. 이때 데쳐냈음에도 소시지에 약간의 기름기가 있어서 특별히 기름을 추가하지 않고 볶았다.
당근의 색이 좀 진해지고, 양송이 버섯의 형태가 매우 줄어들었다면 충분히 볶아진 것이다. 불을 끄고 잠시 식기를 기다려준다. 그 사이에 소스를 만들면 된다.
소스는 위에 기재해 둔 것처럼 해도 되지만, 취향껏 각 재료의 양을 늘리거나 줄여도 상관없다. 단, 마요네즈와 식초의 비율은 고정하기를 추천한다. 마요네즈 큰 2큰술에 우리는 집에 있던 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사용했다. 식초는 반 큰 술 넣어주면 되는데, 혹시 '레몬'이나 '레몬즙'이 있다면 대체하여 쓸 수 있다. 마요네즈만 들어가면 좀 느끼할 수 있으니, 카이옌 페퍼를 2꼬집 넣어준다. 카이옌 페퍼가 없을 경우 페페론치노를 잘게 부수어서 쓰거나, 청양고춧가루를 써도 무방할 것 같다. 허브가루도 바질과 로즈메리 등이 섞인 가루를 넣는 편이 풍부한 향미를 느낄 수 있기에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꿀을 넣었는데, 혹시 꿀이 없으면 설탕 반 큰 술이나 에리스리톨 반 큰 술로 대체해도 괜찮다.
자, 소스가 완성 되었다면 또띠아를 굽는다. 또띠아 굽는 시간은 에어프라이어 기준으로 150도(300F) 2분~2분 30초로 구워주면 적당하다. 프라이팬에 구워도 되는데, 중불로 하여 한 면당 1분 정도 그냥 '데운다'는 느낌으로 구우면 타지 않고 적당히 뜨겁게 구워진다.
특히 또띠아는 생각보다 뜨거우니 화상에 주의해야 한다. 본문에는 지름 18cm의 또띠아로 소개했지만, 이보다 좀 크거나 작아도 괜찮다. 그만큼 소스를 더 칠하면 되는 거니까!
어쨌든 또띠아가 구워지는 시간 동안, 방울토마토를 4등분 하여 썰어놓는다. 썰어둔 방울토마토는 아무래도 물기가 많이 나오므로, 작은 그릇 하나에 잘 두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앙증맞은 도끼칼은 태국 여행에서 구매했던 콤콤칼이다. 저렴하기도 하지만, 나무 손잡이가 빈티지스럽고 크기도 정말 작고 귀여운데 진짜 날카롭게 잘썰려서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피자를 만들 재료가 모두 사용할 준비가 되었다면 한 곳에 모아서 본격적으로 피자를 만들어보자. 또띠아 보다 큰 접시를 준비하면 피자 만들기가 훨씬 수월하다. (작은 접시로 했다간 주변이 모두 시금치와 치즈, 후추 파티로 힘들어질 수 있다.)
또띠아를 깔고 미리 만들어둔 마요네즈 소스를 약 한 큰 술 펴 바른다. 이때, 또띠아가 너무 뜨거우면 마요네즈가 녹아서 아예 색깔이 투명해진다. 나는 개인적으론 크림색이 시금치와 컬러 조합이 예쁘다고 생각해서, 한 김 식혀서 소스를 발라주었다.
소스를 발랐으면, 아까 볶아주었던 소시지, 당근, 양송이버섯볶음을 고루 올려준다. 기름을 추가로 두르지 않았기에 약간 건조해 보이나 맛은 훌륭하다.
소시지를 올려줬던 일이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시금치를 차곡차곡 빼곡하게 올려주어 덮어준다. 시금치는 사실 내가 준비한 것보다 많아도 좋다. 다만 먹을 때 너무 두꺼워져서 조금 힘들 수 있다.
전체적으로 풍성하게 올려주었으면, 방울토마토를 적당히 올리고, 그 위에 파마산 치즈도 풍성하게 뿌려준다. 그래도 약간 뭔가 아쉬운 것 같다면?
이렇게 마무리해도 되지만, 후추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후추를 꼭 넣을 것을 추천한다. 보기에도 예쁘지만, 무엇보다 맛이 훨씬 풍요로워진다.
후추까지 듬뿍 뿌려 완성! 사실 소시지 볶음만 아니면 이 시금치 또띠아 피자는 정말이지 지지고 볶고 할 것도 없다. 그냥 또띠아만 에어프라이어나 프라이팬에 구우면 될 일이다.
뜨거운 불 앞에서 뭔가를 끓이거나 졸이거나 할 필요 없다. 또띠아만 구워서 그 위에 소스 바르고 시금치와 토마토 치즈를 올리면 끝나는 요리다. 비주얼도 물론이거니와 맛도 꽤 맛있다. 특히 저 소스! 일상이 너무 바쁘거나 요리가 서툰 1인가구나 신혼부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만한 맛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금치를 맛있게 듬뿍 먹을 수 있다는 것! 늦잠 자고 일어난 주말의 브런치로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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