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친구들과 그랜드캐년을 다녀왔을 때는 솔직히 큰 감동은 없었다. 어린 나에게는 그저 처음 보는 돌 산(?)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고, 베가스에서 구경이나 더 할 걸 하는 아쉬움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삼십 대에 접어들어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회가 새로웠다. 내 인생 여행지로 꼽을 정도로 정말 대자연의 끝판왕이다.
그랜드캐년은 600만 년에 걸친 침식 활동으로 형성된 협곡으로 너비가 무려 30km에 이른다고 하며,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방법은 차를 렌트해서 다녀오거나 투어 상품을 이용하면 되는데, 짧게 여행을 왔다면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게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무려 4~5시간 정도를 달려가야 하는데 만약 당일치기로 혼자 운전하다가는 진짜 몸살 날 수 있다)
우리도 투어상품을 이용했는데, 네이버에 여러 상품들이 많으니 리뷰(평점, 후기)를 꼼꼼히 잘 살펴보고 선택하면 된다. 다음에는 조금 길게 여행을 와서 숙박도 하며 천천히 돌아볼 계획이다.
중간중간 여러 스팟을 지나가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스팟은 총 3곳(그랜드캐년, 엔텔로프, 홀슈슈)을 꼽고 싶다.
먼저 홀슈슈밴드는 말발굽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전 팬스가 없는 곳도 더러 있으니 조심히 잘 보면서 다녀야 한다. (미끄러운 슬리퍼 보단 운동화를 신고 가는게 좋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바로 엔텔로프 캐년! 윈도 바탕화면을 통해 자주 봤던 곳이라 뭔가 친숙했다. 진짜 이곳은 죽기 전에 꼭 가보길 권하고 싶다. 엔텔로프 캐년은 어퍼(upper)와 로어(Lower)로 2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나바호 원주민(인디언)의 사유지이기 때문에 투어를 통해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오랜 세월 물과 바람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예술작품과도 같다. 사진에 다 안 담긴다.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랜드캐년. 진심 입틀막이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멍 때리며 서 있었다.


우리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사진만 찍고 이동하기 바빴는데, 어느 백인 노부부는 비치 의자를 가지고 와서 카메라가 아닌 눈으로 느긋하게 이 경관을 즐기고 있더라. 앞으로 여행은 이들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으로 나바호(Navajo) 원주민이 운영하는 식당에 들러 이들이 즐겨 먹는다는 나바호 타코를 먹어봤는데, 엄청 별미다. 튀긴 도우 위에, 고기, 칠리빈, 치즈, 양상추, 토마토 등이 올려져 있는데 양도 엄청 많고 채소도 많이 들어가 있어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았다. 칼로리 폭탄쓰 느낌이지만 뭐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니 괜찮다.

서부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그랜드캐년은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합니다. 진짜 꼭 가세요. 두 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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