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와이로 이주해온 시점(2022년 3월)의 하와이 부동산 시장은 뜨거웠다.
파월 형님이 Transitory를 외치며 공격적인 금리를 단행하기 전이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어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지 누가 알았을까.
당시 호놀룰루 주택 가격의 중간값은 약 $840,000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4.3% 정도로 급등했던 시기였다. (시장에 돈을 마구 뿌려댔던 팬더믹 이전 호놀룰루의 주택 가격 추이를 보면 변동성이 거의 없었다. 아래 표 참조)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잘 적응하려면 내 집 마련은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지난 십여년간 한눈팔지 않고 충실히 노비 생활에 전념했건만 근로소득으로 쌓을 수 있었던 자산은 한계가 있었고, 단시간 내에 급등한 부동산 가격도 다소 부담스러워 의사 결정이 쉽지 않았다.
우리는 무리해서라도 주택을 구매 할지, 아니면 우선 렌트를 하고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조금 진정되면 주택을 구매할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우선 에어비앤비에서 장기 투숙하며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하와이의 경우 지역에 따라 가격 편차는 있겠지만 신축 콘도들이 몰려있는 알라모아나 혹은 카카아코 지역 콘도(1Bed)들의 월 임대료 시세는 2천 중후반~3천 초반 정도였고 매매 가격은 대략 70만 중반에서 100만 불 이상까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하와이는 층수가 높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오션뷰가 아닌 경우 일반적으로 남향보다는 북향이나 동향이 낮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 수요가 높아 가격대가 더 나가는 것 같다. 솔직히 난 어느 방향이나 다 좋더라)
참고로, 우리가 임시로 머물렀던 와이키키 지역의 경우 조금 저렴하긴 했는데 대부분 노후되어 관리비도 많이 발생하고, 리스홀드 형태의 부동산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일찌감치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오래된 콘도들의 경우 전부는 아니겠지만 바선생들이 생각보다 많이 출몰한다) 아래는 매매가 유리할지 임차가 유리할지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위해 대략적으로 돌려봤던 시뮬레이션이다.
*참고로 본인은 전문가가 아님으로 참고만 바라며, 단순한 Equity 수익률을 산출하고자 레버리지는 고려하지 않고 대략적으로 산출한 금액이다. (부동산 투자 관련해서는 전문가한테 문의하기 바란다)
시뮬레이션 (매매 vs 임대)
1) 공통 가정: 1Bed / 1Bath 신축급 콘도, 투자/임차기간: 5년, Inflation: 3.0%
2) Case 1(부동산 구매 - 실거주)
- 매입금액: $750,000
- 매입부대비: 매매대금의 1.25%
- 재산세: 매매대금의 0.45%
- HOA/관리비: $650/mo
- Utility: $120/mo
- 기타비용: $50/mo
- 매각부대비(중개수수료 등): 매각금액의 6.50% (하와이 중개수수료는 5% 정도이며 통상 매도인이 부담한다)
- 세전 매각이익: $53,566 (매각금액 - 매입금액 - 매입/매각부대비용, 수익률 환산 시 1.35%)
- 5년 부동산 유지비용(HOA, 제세공과금, 보험료 등): -$71,753
- 세전 매각이익 - 유지비용(5년): -$18,187 (수익률 환산시 약 -0.46%)
3) Case 2(임차 - 실거주)
- 월임대료: $3,000
- Utility: $100/mo
- 5년 주거비용: -$197,500 (연평균 $39,500)
막상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자산의 상승률을 inflation과 동일한 3% 수준으로 반영했음에도 수익률은 솔직히 조금 많이 아쉽다. (위험 자산임에도 채권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건... 본인의 계산이 틀렸기를 바란다)
물론 팬데믹 이전에 구매했다면 분명 훌륭한 수익을 얻었겠지만, 파월형의 돈을 시장에 엄청 뿌린 영향으로 가격 버퍼를 받았던 거라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당분간은 가격이 조정받을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있는 돈을 영끌해서 분양 중인 조그마한 콘도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좋은 리얼터를 만나 시행착오 없이 원하는 가격대의 매물을 구매했다)
이유는, 하와이 주거비가 너무 높게 형성되어 있고, 기회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게 우리가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뭐 당분간은 고금리가 유지될 것이고 가격 조정은 불가피할 거라 본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한 거라 가격이 조정되거나 횡보하더라도 별 손해본 느낌은 없을 것 같다. (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실거주 주택은 한 채 있어야 하니까)
다만, 투자를 목적으로 하와이 부동산을 구매하려 한다면 정말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인터넷을 보면 비전문가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며 투자를 부추기는 글들이 종종 보이는데 전문가에 의뢰해서 꼼꼼히 따져보고 수익률도 계산해 보길 바란다)
만약 부동산을 투자목적으로 구매했다고 가정해 보자(상단의 예시와 동일한 가정을 사용했다)
3) Case 3(부동산 구매 - 투자목적)
- 매입금액: $750,000
- 매입부대비: 매매대금의 1.25%
- 재산세: 매매대금의 0.45%
- HOA/관리비: $650/mo
- Utility: $120/mo
- 기타비용: $50/mo
- 매각부대비(중개수수료 등): 매각금액의 6.50%
- 월임대료: $3,000 + 연 상승률 3%(inflation과 동일하게 적용)
- 자연공실율: 연 1개월
- 임대중개수수료 = 1개월분 월임대료/ 연1회 발생
이 경우, 연간 임대소득(세전)은 대략 $19,000/년(5년 평균값) 정도가 발생하고, 첫해 임대수익으로 Cap.rate(자본 환원율, 그냥 수익률이라 이해하면 쉽다)을 산정해 보면 2.39%가 나온다. 정말 참담한 수준이다.
뭐 상업부동산이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그래도 투자목적으로 구매했으니 굳이 비교해 보자면,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다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Class A급 건물이 2.6% 정도이고, 강남 중심에 위치한 GFC 같은 대형 건물이 대략 3~4% 수준일 거다. (Cap rate이 낮을수록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지도 않고, 외국인이 투자 목적으로 자산을 취득할 경우 부담해야 할 비용(세금, 환율, 금융비용 등)이 현지인보다 높은 편이다. 즉 실거주자가 아닐 경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고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저조한 편이다.
부동산을 구매해서 일정기간은 휴가 때 놀러 와서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임차(에어비앤비)를 돌리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뭐 본인도 그랬다), 생각보다 임차인 관리가 만만치 않고 변수도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임차인의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하거나 계약 미이행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명도가 쉽지가 않은 반면 보증금은 1~2개월 정도만 받는다. 즉 문제가 생기면 예상치 못한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엄청난 부자이거나 실거주자가 아니고 자산 분배 차원에서 해외 부동산을 포트폴리오에 꼭 넣기 위한 목적이라면, 그냥 월가에서 날고 기는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우량한 미국 리츠(REITS)나 부동산 관련 ETF에 투자해서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고, 그 돈으로 휴가 때 좋은 호텔을 빌려 맘 편히 쉬다 가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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